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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트레인지 2편 리뷰 (마블, 멀티버스, 완다)

by nsc1524 2025. 7. 26.

 

 

닥터 스트레인지 대체 사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멀티버스'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는 차원이 다른 세계관과 시각적 상상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불호를 가른 화제작입니다. 특히 완다 막시모프의 캐릭터 변화와 다차원 우주의 충돌은 MCU의 전환점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닥터스트레인지 2편의 핵심 서사, 멀티버스의 구조, 그리고 완다의 비극적 서사까지 집중 분석해보겠습니다.

마법사의 귀환: 닥터스트레인지의 딜레마

닥터스트레인지 2편에서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여전히 '시간과 운명'이라는 거대한 테마 속에 놓여 있는 인물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그는 우주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선택이 자신과 세계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며 갈등합니다. 영화 초반부터 반복되는 질문, “당신은 정말 옳은 선택을 했습니까?”는 닥터스트레인지가 마주하는 윤리적·정서적 딜레마를 잘 드러냅니다.

특히 그는 다양한 우주의 자신과 마주치며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목격합니다. 어떤 우주의 스트레인지는 영웅이지만, 또 어떤 우주의 그는 전체 우주를 파괴한 장본인입니다. 이는 MCU가 ‘멀티버스’를 통해 단순한 차원 이동 이상의 메시지, 즉 인간의 선택과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녔고, 이 능력을 노리는 존재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에서 닥터스트레인지와 엮입니다. 아메리카는 스트레인지에게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결정의 책임’과 ‘믿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인물로 작용합니다. 그녀와의 유대 속에서 스트레인지는 히어로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해 갑니다.

또한 크리스틴 팔머와의 관계 역시 이번 영화에서 정서적 깊이를 더합니다. 여러 멀티버스에서 등장하는 크리스틴과의 인연은 그가 단순히 세계를 구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결핍과 감정을 마주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가 끝내 내리는 결정은 이별이자 수용이며, ‘완전하지 않은 삶’도 의미가 있다는 성숙한 통찰로 이어집니다.

멀티버스의 미학: 샘 레이미 연출의 정점

닥터스트레인지 2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 시각적·연출적 스타일입니다. 감독 샘 레이미이블 데드 시리즈로 호러 장르에서 명성을 쌓은 인물로, 마블 영화 중 이례적으로 강한 호러적 색채를 입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작동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차원이 무너지고 서로 충돌하는 세계들을 주인공이 통과할 때입니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우주, 물방울 세계, 흑백 필름, 잉크 번짐 같은 연출은 현실의 물리 법칙이 전혀 통하지 않는 혼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꿈 걷기(Dream Walking)’라는 개념은 한 우주의 인물이 다른 차원의 자신을 조종하는 설정으로, 타인의 몸을 빌려 목적을 이루려는 욕망이 어떻게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상징합니다. 이 설정은 인간의 욕심과 자기 동일성의 붕괴를 그리는 강력한 서사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일루미나티’의 등장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이자, 향후 MCU의 확장성에 대한 힌트입니다. 찰스 자비에, 리드 리처드, 블랙볼트, 캡틴 카터 등 다른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이 잠깐 등장하지만, 이들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장면은 이 영화가 가진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강화합니다. 영웅들의 죽음조차 슬픔보다는 충격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기존 MCU 영화들과의 차별점이 두드러집니다.

스칼렛 위치: 완다의 몰락과 구원

이번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완다 막시모프, 즉 스칼렛 위치입니다. 완다비전에서 사랑하는 비전과 가상의 가족을 만들었던 그녀는,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자신과 닮은 다른 세계의 완다를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무차별적인 파괴와 살육을 벌입니다.

완다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녀는 상실을 부정하는 인물이며, 그 감정이 억압되고 왜곡되어 마침내 스칼렛 위치라는 존재로 폭주하게 됩니다. 그녀는 히어로로서의 책임감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은 자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 파멸의 순간, 자신의 아이들이 ‘다른 엄마’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은 완다를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파괴적 행동을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이기심이 결국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완다의 서사는 현대 사회의 자기중심성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힙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완다가 다크홀드를 파괴하고, 스스로 폐허 속에 무너지며 모든 멀티버스에 걸친 위협을 끝내는 모습은 진정한 의미의 희생이자 구원입니다. 이 장면은 닥터스트레인지 2편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중심이자,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결론: 멀티버스 그 너머의 인간 서사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단순한 차원 여행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선택과 대가, 인간의 감정과 상실,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다루며 MCU의 서사를 한층 심화시켰습니다. 닥터스트레인지는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여정을 밟았고, 완다는 자기 파괴 속에서 구원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멀티버스라는 구조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철학적 장치를 제공합니다. "내가 다른 삶을 살았다면 지금보다 나았을까?"라는 질문은 모든 인간이 한 번쯤 해보는 자문이며,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시각화하고 극화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닥터스트레인지 2편을 통해 초월적 힘과 스펙터클 너머의 인간적인 드라마를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마블 팬은 물론, 깊이 있는 캐릭터 드라마와 심리적 전개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톤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 영화는 MCU의 ‘전환점’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위치를 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