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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과 권력 풍자적 시선,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비추다

by nsc1524 2025. 10. 7.

더킹 영화 대체 사진

 

 

 

영화 <더킹>(2017)은 권력과 인간 욕망의 본질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한재림 감독 특유의 냉소적 시선과 세밀한 연출이 돋보인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패 구조와 권력 중심의 시스템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권력에 취한 인간이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조인성과 정우성의 대비되는 연기 시너지, 그리고 현실을 비추는 대사 하나하나가 이 영화를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닌 ‘권력의 철학적 탐구서’로 격상시킨다. 이 글에서는 <더킹>이 보여주는 권력 풍자의 미학, 현실의 투영, 그리고 인간 본성의 붕괴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권력의 유혹과 타락의 시작, 영화 <더킹>이 던지는 질문

영화 <더킹>은 평범한 검사였던 한 남자 ‘박태수’가 권력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점차 부패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정치극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하는 사회 풍자극이다. 한재림 감독은 권력을 단지 정치적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사회 시스템이 얽혀 만들어내는 하나의 생태계로 확장해 해석한다.

태수는 정의로운 검사로 출발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이상과 타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권력자 황두일(정우성 분)을 만나고, 그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서서히 인간성을 잃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타락’을 단번에 묘사하지 않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유혹의 단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검찰의 내부 정치, 언론의 침묵, 재벌과 정치권의 결탁 등은 실제 한국 사회의 사건들과 겹쳐 보이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강화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시기 한국 사회는 정치·경제적 격변 속에서 ‘출세’와 ‘성공’이 인생의 전부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감독은 이런 시대 배경을 통해, 태수가 권력의 유혹에 빠지는 과정을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닌 ‘사회적 흐름’의 산물로 묘사한다. 즉, 한 개인이 부패하는 것은 결국 사회 전체가 부패했기 때문이라는 철학적 시선을 담고 있다.

서론의 핵심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권력은 왜 인간을 타락시키는가?” 한재림 감독은 이 질문을 영화 전반에 던지고, 관객이 스스로 답을 찾게 한다. 태수의 변화는 우리 모두가 권력의 달콤함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상징한다. 영화의 시작은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이미 붕괴의 조짐이 숨어 있다. <더킹>의 서론은 그렇게, 권력이라는 단어의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탐색하며 본격적인 풍자극의 무대를 연다.

풍자와 리얼리즘의 경계, <더킹>이 보여준 한국 사회의 초상

<더킹>의 본론은 풍자적 유머와 냉혹한 현실 묘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난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 구조의 본질을 철저히 분석하는 리얼리즘 영화에 가깝다. 감독은 검찰과 정치권, 언론과 재벌의 유착 관계를 세밀하게 드러내며, ‘권력은 언제나 스스로를 합리화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황두일은 권력의 중추로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동하며, 태수는 그 손에 이끌려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한재림 감독은 이 작품에서 권력을 ‘시스템’으로 그린다. 권력은 개인의 손에 있지 않으며,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한다. 이는 실제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권력형 부패 사건들과 맞닿아 있다. <더킹>은 권력을 얻기 위한 과정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태수가 황두일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우월감, 쾌감, 그리고 점차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심리는 매우 현실적이다. 관객은 그의 타락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본다.

영화의 시각적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하다. 화려한 파티장, 검찰 내부의 비밀스러운 회식, 언론사와 재벌 회장실 등 각 공간은 권력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특히 조명과 색채의 대비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황두일의 사무실은 금빛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부패와 위선의 색이기도 하다. 반면 태수의 초반부 장면은 차가운 회색 톤으로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금색과 붉은색으로 변한다. 이 변화는 그가 도덕적 기준을 잃고 권력의 색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은유한다.

또한 영화는 풍자를 통해 관객에게 냉소적인 웃음을 유도한다. 권력자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정의’를 논하는 장면, 뉴스 보도에서 진실이 왜곡되는 장면 등은 현실 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 안에는 체념과 분노, 그리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깃들어 있다. <더킹>의 풍자는 웃음을 통해 비판하고, 냉소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영화적 장치로 작동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태수는 자신이 만들어낸 권력의 세계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믿었던 동료들은 모두 권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이었고, 그가 쥔 힘은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 이 장면에서 한재림 감독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권력은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다. 인간이 권력에 지배당할 뿐이다.” 이러한 철학적 결론은 영화가 단순한 사회 고발극을 넘어, 인간 본성의 탐구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허상과 인간의 본성, <더킹>이 남긴 냉철한 풍자

<더킹>은 화려한 외피 아래에 인간의 욕망, 도덕, 그리고 부패의 순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다. 영화의 결론부에서 태수는 자신이 추구했던 모든 것이 허망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그곳에는 자유도, 행복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는 끝없는 불안과 공허함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는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결국 자멸로 귀결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상징한다.

한재림 감독은 권력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인간이 왜 권력을 갈망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는 권력 그 자체보다, 권력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결국 권력의 문제는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지점에서 <더킹>은 단순히 부패를 고발하는 영화를 넘어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

정우성과 조인성의 연기 또한 이 작품의 주제를 극대화한다. 정우성은 냉철하고 계산적인 권력자의 얼굴을, 조인성은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다. 두 인물의 대비는 권력의 이중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더킹>은 권력의 세계를 화려하게 비추지만, 그 안의 인간을 철저히 해체한다. 권력의 구조는 바뀌지 않지만, 인간은 여전히 그 구조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발버둥 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씁쓸한 여운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한재림 감독은 관객에게 권력의 달콤함을 경계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더킹>은 결국 “권력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결핍을 드러낸다.”는 명제를 시각적으로 증명한 영화다. 현실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2010년대 한국영화 중 가장 사회학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