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헐크는 ‘힘’과 ‘분노’의 상징이자, 과학자 브루스 배너의 지성을 동시에 품은 복합적 캐릭터입니다. 초기에는 제어 불가능한 괴물처럼 등장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변화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페이즈 4 이후 헐크는 단순히 ‘힘 센 히어로’를 넘어서 인간성과 정신적 성장을 담아내는 캐릭터로 재정립되고 있습니다. 스마트 헐크, 프로페서 헐크, 그리고 멀티버스의 헐크까지. 이 글에서는 헐크의 현재 모습과 세계관 내 위치,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스마트 헐크의 탄생: 브루스 배너의 통합 진화
MCU 초기, 헐크는 브루스 배너의 내면 분노가 극대화되어 탄생한 일종의 괴물로 묘사되었습니다.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에드워드 노튼이 배너를 연기하며, 헐크와 배너의 인격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묘사되었죠. 이후 2012년 ‘어벤져스’에서는 마크 러팔로가 배너 역할을 맡아 헐크의 캐릭터성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등장한 ‘스마트 헐크(프로페서 헐크)’는 배너와 헐크의 육체 및 정신이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형태였습니다. 그는 유창하게 말하며 감정을 통제하고, 때로는 차분하게 토론에 참여하는 지적인 헐크로 재탄생합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진화가 아니라, 헐크와 배너 양면의 상처, 트라우마, 감정, 지능이 조화롭게 통합된 결과입니다.
스마트 헐크는 배너가 감정을 억제하거나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과 화해하고 그것을 자신 안에 받아들인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MCU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노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통합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정신의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설정으로, 헐크라는 존재를 단순히 괴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형 캐릭터로 재창조한 대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투력이 감소하고, 전통적인 헐크의 야성적인 매력이 줄어들었다는 일부 팬들의 비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스마트 헐크’는 물리적 전투보다는 지식과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캐릭터의 서사적 완성도 측면에서는 MCU에서 보기 드문 내면 성장 서사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헐크의 미래 떡밥과 멀티버스 가능성
MCU는 페이즈 4부터 본격적으로 ‘멀티버스(Multiverse)’ 개념을 도입하며, 기존 캐릭터들의 변형, 대체,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왓 이프?’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로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평행 우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흐름에서 헐크 역시 다양한 형태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2022년 공개된 ‘시헐크: 법의 수호자’ 시리즈는 브루스 배너의 역할과 설정을 확장시키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기술, 그리고 유전자 구조를 연구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중반 이후 외계 행성으로 떠나는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장면은 향후 ‘월드 워 헐크’ 혹은 ‘플래닛 헐크’ 스토리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월드 워 헐크’는 원작 코믹스에서 헐크가 외계 행성에서 강제로 추방당한 뒤 복수심을 품고 지구로 돌아와 히어로들과 대립하는 내용입니다. MCU가 이 줄거리를 영화화한다면, 헐크는 다시금 강력하고 야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서사 속에는 스마트 헐크의 내면 갈등, 멀티버스 헐크의 조우, 또 다른 버전의 배너까지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왓 이프?에서는 헐크가 다른 조건 속에서 존재하는 ‘무한 가능성의 캐릭터’로 등장하며, 멀티버스 세계관에서 헐크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면 향후 ‘시크릿 워즈’나 ‘킹 다이너스티’와 같은 대형 이벤트에서 수많은 버전의 헐크가 등장할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헐크는 여전히 마블의 핵심인가?
많은 팬들이 갖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헐크는 여전히 중요한가?” 엔드게임 이후 존재감이 다소 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마블은 헐크를 단순히 뒤로 밀어낸 것이 아니라, 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헐크는 여전히 MCU의 정서적 중심입니다. 그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이며,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가 떠난 지금, 잔존하는 상징적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그는 과학자이자 히어로, 중재자이자 파괴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둘째, 헐크는 과학과 감정의 접점에서 존재합니다. 브루스 배너는 단순한 힘의 존재가 아니라, 감정과 지성을 모두 다루는 유일한 히어로입니다. 이는 포스트 아이언맨 시대의 기술 서사와도 맞물리며, 향후 MCU의 ‘지적 전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셋째, 썬더볼츠(2025)와 관련한 여러 루머에서, ‘레드 헐크’와의 충돌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제너럴 로스가 레드 헐크로 변할 경우, 이에 대응하는 캐릭터로 브루스 배너의 헐크는 반드시 필요해집니다. 또한 헐크의 아들인 스카도 ‘시헐크’를 통해 등장하며, 헐크 가문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넷째, 디즈니+와 마블은 ‘헐크 단독 시리즈 또는 영화’를 위한 유통권 회수 문제를 해결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는 헐크가 다시 단독 작품의 주인공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하며, 마블이 전략적으로 헐크를 ‘차세대 핵심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헐크의 시대는 다시 시작된다
헐크는 단순한 힘의 상징에서 벗어나, 이제는 감정, 지성, 성장, 확장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MCU는 헐크를 단순히 폭발적인 존재가 아닌, ‘복합적 진화형 캐릭터’로 재해석했고, 이는 성공적인 시도였습니다. 스마트 헐크는 분열과 통합의 서사를 완성했고, 멀티버스는 헐크가 어떤 모습으로든 재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었습니다.
향후 헐크는 단독 영화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고, 레드 헐크, 스카, 시크릿 워즈 등 다양한 세계관에서 주요한 키 캐릭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원하는 건 ‘강력한 헐크의 귀환’일 수도 있지만, 마블은 이보다 더 복잡하고 풍부한 스토리를 준비 중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헐크는 침묵 속 진화 중이며, 그 폭발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