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DRAM과 NAND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기술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문에서는 DRAM과 NAND 시장의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전략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DRAM: 고대역폭과 AI 수요에 따른 변화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고속 휘발성 메모리로, 서버, PC, 모바일 등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의 핵심 부품입니다. 특히 2024~2025년에는 AI 연산용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PC·모바일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점점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술은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을 시작하며, 엔비디아·AMD 등 AI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고대역폭·고속성능을 요구하는 AI칩 시장에서 DRAM은 더 이상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니라 성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부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DRAM 기술도 공정 미세화에서 벗어나,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도입, 4단 셀 스태킹 구조 등 고집적 기술로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단가를 줄이면서도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DRAM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2025년 현재 DRAM 시장은 여전히 한국 기업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마이크론의 기술 도전, 중국 기업들의 정부 지원 등으로 기술 격차 유지와 수율 안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I 맞춤형 DRAM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AI용 고성능 HBM에서 강한 입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NAND: 고용량 중심 수요와 수직적 확장 경쟁
NAND Flash는 데이터를 전원이 꺼져도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SSD, 스마트폰, IoT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됩니다. DRAM과 달리, NAND는 용량 경쟁이 치열하며, 최근 몇 년간은 3D NAND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층수를 얼마나 쌓을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기준 9세대 V-NAND를 공개, 290단 이상 적층 구조를 구현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238단 4D NAND를 기반으로 고속·고용량 제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고용량 SSD 시장의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PC, 콘솔 게임기, AI 저장장치 등에서 1TB 이상 NAND 탑재가 일반화되며, 고부가 제품의 비중이 커질 전망입니다.
한편, NAND 시장은 DRAM보다 경쟁이 치열하며 중국 YMTC,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이 활발히 시장을 확대 중입니다. 특히 YMTC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 아래 128단 이상 제품을 상용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략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원가 경쟁력 확보와 전방 수요처와의 협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은 자체 컨트롤러와 SSD 브랜드를 강화해 수직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인수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SSD 라인을 강화했습니다. 향후 경쟁은 단순한 NAND 칩 생산이 아닌, 전체 저장 솔루션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수요처: AI·모바일·자동차로의 다변화
과거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는 PC와 모바일이었지만,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수요 구조가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수요처는 단연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입니다. 챗GPT, 생성형 AI, 클라우드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고속·고용량 메모리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DRAM과 NAND 모두에 긍정적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고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16GB DRAM, 1TB NAND 탑재가 일반화되며, 메모리 고급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5G 이후의 데이터 처리량 증가는 모바일 기기 내 메모리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는 자동차 전장화입니다.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확산으로 인해 자동차 한 대당 DRAM·NAND 탑재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서 데이터 처리, 지도 저장 등에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로 사용되며, 자동차용 DRAM, eMMC, UFS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이 외에도 산업용 IoT, 엣지 컴퓨팅, 스마트팩토리 등 비전통적 영역에서도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시장의 수요 기반이 한층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AI 특화 메모리 개발, 자동차 OEM과의 파트너십 강화, 모바일 고급화 전략 등 각 산업군에 맞는 맞춤형 메모리 솔루션 제공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중심의 기술 진화, 고용량·고속화 경쟁, 수요처의 다변화라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점유율 1위지만, 중국·미국·대만 등의 추격과 시장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DRAM의 기술 우위 유지, NAND의 수직계열화, 수요처 맞춤형 제품 전략을 통해 K-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반도체 기술 투자와 전략 리셋의 골든타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