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확장 유니버스(DCEU)에서 가장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히어로가 바로 아쿠아맨입니다. 물속 세계인 아틀란티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시리즈는 단순한 히어로물의 범주를 넘어, 해양 신화와 정치, 가족 드라마까지 복합적인 서사를 담고 있죠. 본 글에서는 아쿠아맨 시리즈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특히 ‘아틀란티스’와 그 문명 구조, 캐릭터들의 배경, 그리고 DC 세계 속에서 아쿠아맨이 차지하는 위치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잊혀진 고대 제국, 아틀란티스의 재해석
아쿠아맨 시리즈의 세계관 중심에는 ‘아틀란티스’라는 고대 해저 문명이 있습니다. 전설 속 아틀란티스는 대륙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문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 속 아틀란티스는 단순한 신화가 아닌 고도의 기술과 문화를 유지한 채 바닷속에서 생존해온 문명으로 묘사됩니다.
영화 1편에서는 아틀란티스가 원래는 지상에 존재하던 고대 문명이었지만, 에너지 실험 실패로 인해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생존을 위해 물속에 적응한 새로운 사회 체계를 만들었다는 배경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틀란티스가 단일 국가가 아닌 ‘7개 왕국’으로 분열되어 있다는 설정입니다. 각 왕국은 고유의 생태, 군사력, 문화, 정치적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마치 지구의 대륙처럼 서로 경쟁하거나 동맹을 맺으며 균형을 이루고 있죠.
특히 중심이 되는 아틀란 왕국은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왕의 자격으로 ‘삼지창’을 들 수 있는 자만이 통치권을 인정받습니다. 아틀란 왕이 남긴 전설의 삼지창은 단순한 무기를 넘어, 바다 세계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아쿠아맨(아서 커리)이 단순히 싸움만 잘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세계를 통합할 정치적 자질이 있는 인물로 그려지게 만든 핵심 장치입니다.
아서 커리, 혈통과 정체성의 상징
아쿠아맨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 축은 주인공 아서 커리의 정체성입니다. 그는 인간 아버지와 아틀란티스 왕족 어머니(아틀라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두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 혈통 설정은 단순한 출생 비밀을 넘어, 아서가 지상과 해저를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서사적 근거가 됩니다.
그의 이복형제 오름(오션마스터)은 순수한 아틀란티스 왕족 혈통을 자랑하며, 지상세계에 대한 증오와 함께 해양 세계의 통일을 꿈꿉니다. 그는 아서를 ‘이방인’이라 규정하며 왕위 계승에 반대하지만, 결국 아서가 삼지창을 통해 진정한 자격자임을 증명하면서 서사가 반전되죠.
아틀라나, 메라, 발코 등의 인물도 각각 정치적 이해관계와 감정적 서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각기 세계관 내에서 독립적인 행동과 결정을 내리는 주체적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는 아쿠아맨 시리즈가 단지 한 인물의 성장기를 넘어, ‘정치 드라마’의 성격도 강하게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저왕국의 슈퍼히어로, 팀 중심에서 독립 서사로
초기 DCEU에서는 아쿠아맨이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으로만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아쿠아맨 단독 영화가 큰 흥행을 기록하면서, 아서 커리는 ‘물속의 조커’ 또는 ‘해저의 블랙팬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독립적 인기 캐릭터로 떠오르게 됩니다.
DC 세계관 속에서 아쿠아맨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차별되는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해저 세계’라는 독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상 히어로들과의 협력뿐 아니라, 아쿠아맨 혼자만의 이야기와 세계관 확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실제로 아쿠아맨은 자연재해, 해양 오염, 지구 온난화 등 현실 문제와도 연결된 테마를 상징적으로 끌어들입니다. 해양 생물과 교감하는 능력, 심해 괴물과의 전투, 인간과 해저 문명 간의 갈등 등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서 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로스트 킹덤 편에서는 블랙 만타의 재등장과 함께, 아서 커리가 왕으로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가 중심 테마로 자리잡습니다. 즉, 영웅으로서의 책임과 정치인으로서의 판단, 그리고 가족으로서의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세계관을 더 깊게 만들죠.
아쿠아맨 시리즈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을 넘어서, 해저 문명이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통해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틀란티스와 그 주변 왕국들, 다양한 캐릭터들의 정치적·감정적 서사는 시리즈를 더 풍성하게 만듭니다. 아직 이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히어로 영화를 넘어선 깊이 있는 세계관을 직접 체험해보시길 권합니다.